Agnes Martin

색면추상의 대표화가

Agnes Martin의 작품을 처음 접한건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SF MOMA에서 였다. 으레 요란하거나 강렬한 색상의 작품들이 발걸음을 멈추게 하기 마련인데 이렇게나 조용하고 존재감이 없을정도의 칼라 팔레트가 눈길을 사로잡는건 흔치 않은 일이었다. 마치 목소리가 너무 작은 사람들의 말을 듣기위해 신체 간격을 좁히듯, Agnes Martin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페인팅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가까이, 더 가까이 들여다 봐야만 했다. 왠지모를 서글픔이 담겨있지만 그 슬픔또한 슬픈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느낌, 멋진 풍경을 보았을때 갖는 자유와 아름다움도, 잔잔한 기쁨도 느껴졌다. 어쩌면 이렇게 수많은 감정들이 폭발하는게 아닌, 비슷한 정도로 호수위를 떠다니는 기분이 들어 그녀의 작품앞에 한참을 서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 잔잔한 모든 감정을 더 많이 느끼고 싶어서 말이다. ​

1912년 캐나다, 매클린에서 태어난 아그네스 마틴은 1932년에 미국으로 이주하여 뉴멕시코와 뉴욕을 왔다갔다 하며 잠시 미술교사로 재직하다가 1950년에 공식적으로 미국 시민권을 얻었다.

1957년, 마틴이45살이 되던 때에 맨하탄으로 이주하면서 토니(Lenore Tawney), 켈리(Ellsworth Kelly), 인디아나(Robert Indiana)등 젊은 아티스트들과 이웃하며 이들과의 교감으로 차츰 비회화적 기법, 단순한 형태에 관심을 갖게되어 기하학적인 추상 경향을 보이기 시작했다. 

Work & Style

정신적으로 로스코(Mark Rothko)와 뉴먼(Barnet Newman)같은 색면추상 화가들의 '숭고' 이념에 이끌렸던 마틴은 기독교뿐 아니라 노장사상, 선사상 등 동양사에까지 심취하였다. ​ 마틴의 작품은 옅게 채색된 화면에 촘촘하게 반복되는 격자무늬를 특징으로 한다. 단색의 유화 물감이나 아크릴 물감으로 칠한 바탕에 연필로 그린 가느다란 선, 그리고 그 위에 찍힌 무수한 점들은 내면으로의 사색을 유도한다. 

I Love Life, 2001

Happy Holiday, 1999

Untitled #3, 1974

1968년에 뉴멕시코로 돌아간 마틴은 수년간의 공백 기간을 거친 후 수평선 구성으로 전환하였다. 보일 듯 말 듯 연필로 그려져 작가의 미세한 손 떨림을 그대로 전달하는 수평선과 부드러운 분홍과 파랑, 청회색 등 파스텔 색조로 채워진 색면은 은은하고 명상적인 느낌을 더해 보는사람들을 멈춰세워 천천히 집중하게 한다. 

Untitled, 1998

마틴은 종종 미니멀리스트로 언급되기도 하지만, 마틴 스스로의 주장처럼 그의 작품은 작가의 정신적 사유를 반영하는 것으로서 추상표현주의와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도교(Taoism), 선불교(Zen Buddhism), 초월론(transcendentalism)에 영향을 받았던 마틴은 그녀의 작품을 자연의 순수함과 아름다움에 빗대어 표현하기도 했다. 

마틴은 뉴멕시코의 한적한 시골에서 수도승처럼 조용히 그림만 그리다 2004년에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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